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낯선 시선으로 발견한 한식의 본질, 오스틴 강 셰프
맛을 잇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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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익숙함에서 한 발짝 물러선 시선이 본질의 매력을 더 또렷하게 발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자란 양식 셰프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퓨전 한식 레스토랑 ‘묵정’의 오스틴 강 셰프. 경계 없는 그의 시선은 한식이 지닌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건강식’이라는 가치를 새롭게 바라본다. 매년 제주에서 직접 장을 담그는 뚝심을 이어가면서도, 돌솥과 방짜 유기 등 전통 도구에 깃든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적 터치로 풀어내고 있다.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한식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오스틴 강 셰프가 선보이는 건강하고 유연한 한식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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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에서 자라 양식 요리를 주로 해왔는데, 한식 기반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에는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첫 한식의 기억도 발효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아주 낯설었죠. 하지만 한국의 역사와 식문화를 깊이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식은 발효와 채소, 단백질 등이 한 상 위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최고의 건강식이더라고요. 저 역시 한식을 ‘낯선 외국 음식’으로 먼저 경험해보았기에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만의 방식으로 한식을 풀어내며, 더 많은 이가 한식의 건강한 가치와 매력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Q. 한식만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음식을 서로 정답게 나눠 먹는 문화예요. 한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피어나고 정이 오가니까요. 예전에 미국에서 명절을 홀로 보낸 적이 있는데, 한 친구의 부모님이 저를 집으로 초대해 반찬을 한가득 챙겨주신 적이 있어요. 그 따뜻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한식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마음을 주고받는 ‘정겨운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Q. 특별히 애정하는 한식 식재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들기름을 정말 좋아합니다. 간혹 외국인은 향이 강한 참기름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는데, 들기름은 은은하고 부드러워 처음 맛본 순간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향이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고소해서 샐러드나 국수는 물론,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에 곁들여도 원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고 근사하게 어우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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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식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장을 직접 담근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이 궁금해요.
매년 봄이면 제주도에 내려가 장을 직접 담급니다. 조금 더 특별한 깊이를 더하기 위해 물 대신 고로쇠 수액을 베이스로 삼고, 홍삼과 옻 그리고 안데스 소금을 사용해 저희만의 장을 만들어요. 재료를 준비한 뒤에는 항아리 속에서 자연이 빚어내는 기다림의 시간을 거치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순환을 돕는 ‘홍삼장’, 은은한 나무 향이 감돌아 미각을 깨우는 ‘옻장’은 매년 다채로운 요리의 베이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여름철 방문하는 손님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한식 메뉴가 있다면요?
저희 식당은 방문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이라 매 시즌 직관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한식을 전할 방법을 연구합니다. 매년 여름에는 설탕이나 조미료 없이 2주 이상 자연 발효시킨 동치미와 열무김치를 선보이는데요, 외국인 손님에게는 “동치미를 화이트 와인처럼 생각하고 고기와 함께 즐겨보라”고 권합니다. 실제로 메인 요리 뒤에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이면 입안이 깔끔해지면서 소화도 잘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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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식을 준비할 때 주로 사용하는 식기와 그걸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방짜 유기와 돌솥을 즐겨 사용합니다. 유기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는 외국인 손님에게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훌륭한 스토리텔링 소재가 되죠. 게다가 여름철에는 차가운 빙수나 디저트의 신선함을 끝까지 유지하고, 따뜻한 요리는 온기를 지켜주는 기능성까지 갖추고 있어요. 여기에 오랫동안 온기를 품어주는 돌솥을 더해 음식을 최상의 상태로 대접합니다. 전통 기물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레시피인 셈입니다.
Q. 처음 접하고 가장 흥미로웠던 한국의 전통 도구는 무엇이었나요?
한국에 와서 가마솥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저렇게 큰 솥 하나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나물을 데치는 것부터 깊은 육수를 우려내고, 밥과 찜 요리까지 모두 해내는 만능 도구더라고요. 세월이 묻어날수록 음식에 깊은 맛을 더해준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한국인만의 솔 디저트인 숭늉과 누룽지까지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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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국인이 한식을 더욱 친근하고 깊이 있게 즐기도록 만드는 셰프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음식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알고 먹으면 한식이 훨씬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부대찌개를 소개할 때는 전쟁 이후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고춧가루 역시 먼 나라에서 건너와 한국의 식문화 속에 녹아든 흥미로운 역사를 들려주곤 합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미식의 즐거움도 배가되죠.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발효 음식이라 그런지 속이 편안했다”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라면이나 갈비처럼 직관적으로 맛있는 메뉴도 좋지만, 한식이 지닌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함께 전달하는 노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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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과 여정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파리 생제르맹(PSG)이나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을 위한 한식 다이닝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외 스포츠 선수들에게 한식의 뛰어난 기능과 건강함을 알리는 글로벌 협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물론 한식을 바라보는 저만의 철학과 정체성을 단단하게 지켜나가면서요.
Q. 마지막으로 셰프님처럼 새로운 한식을 꿈꾸는 젊은 후배 요리사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식은 꼭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눈앞의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한식이 가진 ‘어우러짐’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다른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지역의 좋은 재료를 발견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해석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한식의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을 존중하되 유연함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한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셰프의 힘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