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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5

Vol 37. 도다리 - 충청도

봄의 전령사 도다리쑥국, 그 찰떡궁합의 인문학

한식 아카이브

2021/02/2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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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덕노 전 신문기사(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저자)

 

제철 음식이 사라졌다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봄의 정취를 제일 먼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도다리쑥국이다. 봄철 한때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한반도의 봄을 여는 남해안, 한려수도의 중심지에서 비롯된 음식인데다 바다와 들판에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 도다리와 쑥이 어우러져 겨우내 군내에 젖은 입맛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봄맛을 전하는데
도다리쑥국만한 환상의 조합을 찾아보기 힘들다

봄의 대표적인 보양식, 도다리쑥국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도다리는 봄이 제철이다. 산란을 끝내고 남해안 바닷가로 돌아와 새 살을 통통 찌우는 도다리와 겨우내 언 땅을 헤집고 돋아 나와 인삼보다도 좋다는 소리를 듣는 해쑥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니 봄의 정취는 물론이고 원초적인 생명력까지 맛볼 수 있다. 그렇기에 도다리쑥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봄철에 도다리쑥국을 세 번만 먹으면 한 해 건강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라고 주장할 정도다.

도다리와 쑥의 조화가 봄의 보양식을 만들어 낸 것인데 도다리와 쑥의 무엇이 음식에다 그토록 진한 봄기운을 불어 넣는 것일까?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밋과 생선으로 세계적으로 가자미목에 속한 물고기는 모두 52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26종이 산다. 도다리는 그런 가자미 생선 중에서도 넙치라고도 하는 광어나 일반 가자미에 비해 몸이 마름모꼴로 넓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좌광우도’, 눈이 왼쪽에 몰려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와 가자미라고 하지만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생김새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예전에는 도다리, 광어, 가자미를 모두 비슷한 물고기로 여겨 한자로 접어(鰈魚)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접어가 당돌하게도 “내가 조선의 물고기다”라고 주장한다. 눈이 비뚤어져 가자미 눈알이라고 무시당하는 주제에 감히 조선의 대표 물고기라니, 가당치도 않지만 그래도 사연이 궁금해지는데 나름 상당한 근거가 있다.

가자미의 나라, 한반도

봄을 대표하는 제철 식재료, 도다리

 

가자미목 생선의 눈은 모두 한쪽으로 몰려있다. 우리 선조들은 가자미목의 눈이 한쪽 방향 밖에 볼 수 없어 혼자서는 절대 헤엄칠 수 없으며 반드시 짝을 이루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때문에, 화합과 협동, 신뢰와 믿음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이유는 도다리, 가자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생선이었기 때문이다. 남해안의 도다리쑥국, 강원도와 함경도의 가자미식해, 경상도의 가자미미역국 서해의 서덜구이 등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자미 종류의 생선을 많이 먹는다. 요즘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회가 광어회이니 예나 지금이나 가자미 사랑은 변함이 없다. 가자미가 많이 나고 또 가자미를 사랑했기 때문인지 옛날에는 심지어 한반도를 ‘가자미 땅’이라는 뜻에서 접역(鰈域)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많은 별명 중에서 가자미 나라라는 별명이 듣기에 조금은 민망하지 않았을까? 생각과는 달리 조상님들은 오히려 이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우리는 별명이 많은 나라다. 먼 옛날부터 아침 해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곳에 있는 나라여서 조선(朝鮮)이라고 했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아예 고조선과 조선, 두 번이나 나라 이름으로 삼았다. 숲속 닭이 울어 왕의 탄생을 알렸기에 신라를 계림(鷄林)이라고 했고, 신선들이 모여 사는 동방의 언덕이어서 청구(靑邱), 무궁화가 많아 근역(槿域) 이었다.

나라 이름이 된 조선과 함께 가자미가 많은 땅이라는 접역 역시 조상들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별명이었다. 그래서 조선 초, 세조는 외교문서에서 우리 땅을 스스로 접역이라고 불렀고 조선 후기 정조 역시 “우리나라는 접역으로 예의를 아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자미의 무엇이 대단하기에 조상님들은 가자미 땅이라는 별명에 자부심을 가졌을까?

비밀은 가자미 눈알이라고 부르는 가자미목 생선의 눈에 있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가자미, 도다리, 광어의 눈은 모두 한쪽으로 몰려 있다.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한쪽 방향 밖에 볼 수 없어 혼자서는 절대 헤엄을 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짝을 이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눈을 합쳐야 한다는 뜻에서 비목어(比目魚)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화합과 협동, 신뢰와 믿음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죽을 때까지 운명을 함께 하는 부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했던 것이다.

고대 신화에 비목어 비슷한 동물로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다. 암수의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서로 짝을 이뤄야 날 수 있으니 역시 지극한 사랑의 징표로 쓰였다. 비익조는 남방에 살고, 비목어는 동방인 우리나라에 사는 물고기이니 믿음의 상징이고 사랑의 표상인 가자미의 땅이라는 별명이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쑥

생명력을 상징하며 그 맛이 도다리와 조화를 이루는 봄의 나물, 쑥

 

도다리쑥국의 또 다른 재료인 쑥 역시 보통의 식물이 아니다. 단군의 어머니 웅녀가 쑥을 먹고 곰에서 인간이 됐을 정도인데 곰은 왜 인간이 되기 위해 쑥을 먹었을까?

신화를 창조한 고대인들은 곰이 야성을 버리고 인성을 찾는 과정에서 쑥을 매개물로 삼았다. 쑥에 나쁜 기운을 쫓는 힘이 있고, 쑥이 생명력과 다산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속담에 “애쑥국에 산골 처자 속살 찐다”는 말이 있다. 산골 아가씨가 새봄을 맞아 성숙해져 여인으로 거듭났다는 표현이다. 북미 아메리카 원주민 중에는 여자의 성인식 때 쑥 연기를 쐬게 하는 풍속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식이다.

이런 쑥과 비목어인 도다리가 조화를 이룬 음식이 도다리쑥국이다. 그렇기에 맛으로 먹으면 봄철 입맛을 자극하지만 스토리를 곁들여 짝과 더불어 먹으면 사랑까지 움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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