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음식이 지닌 문화적 정체성과 따뜻한 정서를 나누는 특별한 자리가 있었다. 지난 6월 5일, 서울 종로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의 한식배움터에서는 ‘한입에 담긴 전통, 규아상과 라비올리’를 주제로 한 쿠킹 클래스가 열렸다. 한식진흥원과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것으로, 양국의 전통 음식을 통해 문화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두 셰프의 손끝에서 완성된 규아상과 라비올리, 그리고 요리에 직접 참여한 참가자들의 열정이 돋보였던 그 현장을 되돌아본다.

이날 클래스의 첫 순서는 이탈리아 출신 마르코 페라리(Marco Ferrari) 셰프의 라비올리 조리 시연이었다. 라비올리는 이탈리아 전통 파스타의 한 종류로, 밀가루 반죽 사이에 치즈, 고기, 채소 등의 속재료를 넣고, 반달 또는 네모난 모양으로 빚은 후 끓는 물에 삶아 먹는 요리다. 마르코 셰프는 손끝으로 정성스럽게 반죽을 밀고 속을 채우며 마무리로 새우를 얹는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주었다. 한 겹의 얇은 반죽 사이로 속 재료가 은은히 비치는 라비올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고, 참가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가며 장면을 담기에 바빴다. 마르코 셰프는 시연과 함께 라비올리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며 더욱 생생한 시연을 이어나갔다.

다음 차례로는 한식진흥원의 김다애 셰프가 전통 규아상 시연을 맡았다. 규아상은 특히 여름철 궁중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내던 전통 한식 만두로,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 얇은 피와 섬세하게 다져 넣은 소, 그리고 함께 내어놓는 담쟁이잎이 특징이다. 라비올리와 마찬가지로 반죽 안에 속을 넣고 찌거나 삶아 완성하는 조리 방식으로, 외형과 식감 등에서 여러모로 유사한 점을 지녔다. 김 셰프는 규아상의 반죽 과정부터 담쟁이 잎을 활용한 플레이팅 방법까지 차례대로 시연했고, 그윽한 향과 함께 먹음직스럽게 쪄진 규아상은 참여자들의 흥미를 고조시켰다.

시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직접 규아상 조리 실습에 들어갔다. 각종 속재료를 고소하게 볶고, 손에 익지 않은 반죽을 정성스레 다루며 각자의 규아상을 빚었다. 누군가는 속을 채우는 데 몰두했고, 또 다른 이는 찜기 위 규아상의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손끝에 집중했다. 10분이 지나고 찜기에 올라간 규아상이 하나둘씩 완성되어 갈 때쯤, 현장에는 뿌듯함과 설렘이 가득 번졌다.

조리 실습을 마친 참가자들은 시식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르코 셰프가 만든 라비올리와 각자 손수 빚은 규아상이 나란히 놓인 식탁 위에서 모두들 두 나라의 음식을 함께 음미했다. 식탁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따뜻한 공감을 나누었다. 음식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가 어우러진 자리, 그 한입의 깊이는 국경을 넘어 서로의 마음에까지 닿을 만큼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