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2025
248

마음을 닦는 한 그릇, 정관스님

한식을 말하다

2025/07/04 1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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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은 스스로를 요리사라 칭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다듬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매일 식탁을 차릴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 음식을 만드는 손끝에는 요리를 향한 열정과 다정함이 있다. 생명을 대하듯 조심스러운 손짓, 먹는 이를 생각하는 정성이 스며 있다. 스님에게 요리는 또 다른 수행이었다.

17세에 출가해 50여 년간 사찰음식을 연구해온 스님은 식재료 하나에도 마음을 담는다. 그 깊은 철학은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전 세계로 전해지며, 사찰음식을 알리고 ‘먹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금 묻게 했다. 그리고 이는 지속 가능한 세상과 공존을 꿈꾸는 현시대와도 맞닿아 여전히 큰 반향을 일으켜 나가고 있다. 자연을 닮은 음식,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수양의 정신. 요리하는 수행자, 정관스님을 만나러 장성 백양사로 향했다.

Q.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스님께 사찰음식은 무엇인가요?

사찰음식은 저에게 동행이자 생명이에요.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한 마디로 저의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Q. 사찰음식이 단순히 육류가 없는 식단, 채식으로만 여겨지기도 합니다. 두 식단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보통 채식은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채소 위주의 식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샐러드에 올리브유나 발사믹 식초를 곁들이는 식으로요. 하지만 사찰음식은 단순히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 존중의 정신을 포함합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의 생명까지도 소중히 여기지요. 뿌리, 줄기, 잎, 열매 등 버리는 부분 없이 최대한 활용하고, 남은 것은 저장합니다. 상추 한 장을 뽑을 때도 그 생명을 아는 마음으로, 욕망을 절제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수행의 태도를 만드는 음식입니다.


Q. 요즘 식문화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지속 가능성’과 ‘제로 웨이스트’인데요, 이런 점에서 사찰음식과의 접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이러한 정신은 2,700년 전 붓다 당시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수행자들은 공동체로 모여 살면서 새벽에 마을로 나가 탁발을 했어요. 그날 받은 음식으로 오전 중에 한 끼만 해결하고, 그 외의 음식은 나누거나 보관했습니다. 내가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 ‘빈 그릇’ 정신은 이때부터 실천된 것이에요. 이러한 절제와 나눔이 자연과의 공존, 음식의 소중함을 아는 태도입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한 오늘날, 사람들이 추구하는 식문화가 바로 사찰음식의 이러한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Q. 스님께서는 제철 식재료의 중요성도 자주 강조하시는데요. 여름철에는 주로 어떤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봄에는 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캐고, 텃밭에는 씨앗을 뿌립니다. 상추, 얼갈이배추, 오이, 고추, 호박 등이 자라지요. 5월 단오가 지나서부터는 산나물에 독성이 생기므로 먹지 않고 밭에서 기른 채소로 식단을 구성합니다.

초여름에는 죽순을 많이 먹어요. 죽순 나물, 죽순 초무침, 죽순 전 등으로 조리하지요. 이후로는 오이, 가지, 풋고추가 제철인데 냉국, 볶음, 장아찌 등을 만들어 먹기 좋습니다. 모시 잎의 경우엔 봄에는 잎을 쪄서 떡을 만들지만, 여름이 되면 줄기가 올라오기에 그 줄기를 이용해 반찬을 만듭니다. 이처럼 시기의 변화에 따라 식재료를 고르고, 그에 알맞은 방법으로 조리하며 자연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Q. 채소만으로 깊은 맛을 내야 하는 만큼 재료의 손질이나 과정도 특별할 것 같습니다. 사찰음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리법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조리법이나 과정은 없어요. 무엇을 어떻게 더 넣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면 오히려 식재료의 본질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앞에 놓인 식재료를 온전히 마주하는 일이지요.

예를 들어 가지라는 재료만 보더라도 시기마다 다르게 조리할 수 있습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는 시기의 부드러운 가지는 김을 올려 소금간만 해도 깊은 맛이 납니다. 며칠이 지나 좀 더 자라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씨앗이 생기기 시작하므로 푹 익혀서 집간장과 깨소금을 더합니다.

이처럼 식재료는 시기마다 조리법도 달라져요. 그래서 제게는 레시피가 없습니다. 한 가지 재료로도 얼마든지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고, 그 모든 판단은 현재 식재료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Q. 음식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요리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임하시나요?

수행에서 궁극적으로는 나와 네가 ‘하나’ 되는 마음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듯, 요리도 나와 식재료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식재료를 온전히 알아야 하고, 또 그 식재료가 나를 통해 생명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심전심,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조리 과정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아이인지, 나이 든 어른인지, 혹은 아픈 사람인지에 따라 재료를 썰고 다듬고 조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해요. 그 사람이 잘 소화하고, 에너지를 얻고, 그 음식을 통해 이로움을 얻을 수 있어야 비로소 음식이 음식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요. 음식을 만들며 먹는 이의 복을 빌어주는 마음, 그것이 곧 요리하는 자의 자세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Q. 최근에는 일상에서도 사찰음식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나 추천하고 싶은 요리가 있을까요?

식재료를 다듬을 때 뿌리부터 줄기, 잎, 열매까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전체 요리를 시도해 보세요. 만약 뿌리를 먹기 어려운 경우라면 남은 자투리 재료들을 모아 국물을 우려내거나 음료로 끓여 마셔도 좋지요. 가능한 모든 부분을 먹고, 남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조리하는 모든 과정에서도 아끼는 마음으로 접근하세요. 예를 들어 나물을 삶을 때도 한 솥에 맑은 것부터 순서대로 삶고, 끓인 물도 다른 요리에 다시 활용합니다. 볶거나 무칠 때도 팬 하나, 그릇 하나를 가지고 깨끗한 순서대로 조리하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도구 하나, 물 한 그릇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에요.

Q. 사찰음식은 이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 강연 등을 하시면서 외국인들에게 사찰음식을 소개하실 때 특히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요즘은 강의나 시연보다는 음식 명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찬 세 가지와 물 한 주전자만 준비하고, 참가자들이 각자 가져온 그릇과 도구로 음식을 나눕니다. 먹을 만큼만 덜고, 남기지 않습니다. 물로 그릇을 헹궈 마시고, 마지막 헹군 물은 나무에 줍니다. 설거짓거리도 없고, 잔반도 없습니다. 음식도 수행이고, 삶의 태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되는 것이지요.


Q. 사찰음식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스님께서 그리시는 사찰음식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찰음식은 단순한 요리법을 넘어서 불교적 세계관과 수행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입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1,600여 년 전부터 스님들은 절에서 수행하며 산의 식재료로 스스로의 음식을 만들어왔고, 그 지혜는 입과 입, 마음과 마음, 눈과 눈을 통해 전해 내려왔습니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각 사찰을 직접 조사하며 요리법을 정리하고, 사찰음식의 정의를 문서화하는 작업도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재와 세계에 맞는 방식으로 사찰음식을 풀어내야 할 시기입니다. 사찰음식은 단지 먹는 음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고 수행의 길이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입니다. 앞으로는 이 음식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도록 세계인과 그 뜻을 나누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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