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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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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 인터뷰

이달의 식문식답

2024/02/27 14: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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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식문식답. 사찰음식, 몸과 마음을 위한 지혜로운 선택.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 인터뷰 - “사찰음식에는 행복을 만드는 건강, 평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봄은 자연이 활기를 되찾는 계절인 동시에 사람의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의 몸은, 그만큼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계절의 독특한 산물을 이용해 철에 맞는 먹거리를 선보이는 사찰음식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혜로서,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반드시 주목해 봐야 한다.

40여 년간 사찰음식 연구에 헌신해 온 조계종 법룡사 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1호 명장’이다. 음식을 영양 공급 이상의 존재로 여기며, 그 속에 담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는 먹거리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전파하는 ‘음식의 수행자’로 불린다.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사찰음식의 본질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선재 스님을 만나 건강과 행복의 비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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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음식’을 찾아서” 사찰음식과의 만남

선재 스님은 음식을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는 ‘수행’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선재 스님에게 음식을 먹는 것은 다른 생명을 받아들이는 소중한 행위이며, 좋은 식재료는 몸과 마음, 영혼을 건강하게 바꾸고 많은 생명을 행복하게 하는 존재다.

“음식을 통해 우리는 물, 바람, 햇빛 등 우주의 모든 존재와 연결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양’ 또한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라 음식과 나, 자연을 하나로 연결하는 소중한 경험이죠.”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좋은 식재료는 나의 몸과 마음, 영혼을 건강하게 바꾸고 많은 생명을 행복하게 합니다”

스님은 전국의 아픈 아이들에게 심성 훈련을 해 오며 음식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을 목격했다. 음식으로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던 아이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 교육과 논문 연구 등 일에 치여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해오던 스님은 어느 날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그때 자신을 살린 것은 바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사찰음식이었다.

“사찰음식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게 되면서 ‘모두를 살리는 음식’을 개발하고자 사찰음식 연구에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이 나의 건강과 영혼, 마음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진짜 절실하고 강력하게 깨닫게 되면서 음식 수행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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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뿌리가 되는 ‘생명 존중 사상’

선재 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사찰음식을 단순 ‘채식’으로 오해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찰음식은 채식을 넘어 내 몸을 살리는 ‘약’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행자는 수행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어린아이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환자는 쾌유를 돕는 음식을 섭취해야 하듯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을 찾는 지혜입니다.”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담긴 바구니 등이 놓여있음.

선재 스님이 말하는 행복은 사람의 행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식의 뿌리에는 ‘생명 존중 사상’이 깊이 자리해 있기 때문에 모든 자연의 생명을 존중하면서 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딸 때는 꽃을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꽃가루를 옮기면서 꽃의 번식을 도우며 꿀을 가지고 와요. 우리도 꿀벌처럼 자연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찰음식의 기본 정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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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선물한 ‘약(藥)’ 버섯

경기도 양평의 산자락에 위치한 선재 스님의 자택에는 직접 담근 간장, 고추장 등 갖가지 건강한 ‘약(藥)념’이 담긴 항아리 수십 개가 정겹게 자리하고 있다. 사찰음식의 ‘약념’은 조미료 개념의 ‘양념’이 아닌, 식재료가 가진 독을 해독해주는 존재를 말한다.

“사찰음식에서는 첨가제나 방부제가 일체 들어가지 않은 ‘약념’을 사용해 요리를 합니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동시에 몸에 건강한 ‘약’의 역할을 하죠.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약념’을 사용하는 것도 사찰음식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재 스님의 자택에 있는 직접 담근 간장, 고추장 등 갖가지 건강한 ‘약(藥)념’이 담긴 항아리들의 모습

약념을 담은 항아리 길을 지나 커다란 통유리가 인상적인 실내로 들어오니, 바닥에서 햇볕을 한껏 쬐고 있는 청국장과 표고버섯이 눈에 들어왔다. 스님에 따르면 버섯은 다른 재료의 거친 맛, 쓴맛 등을 부드럽고 담백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다양한 버섯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는 선재 스님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예부터 사찰음식에 광범위하게 활용돼 온 버섯. 선재 스님은 버섯의 활용법으로서 차로 마시는 방법, 말려서 가루를 낸 뒤 천연 조미료로 활용하는 방법, 살짝 데쳐 된장과 들기름에 버무려 먹거나 달큰하게 초장에 찍어 먹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요즘같이 봄기운이 센 때에는 말려서 차로 음용해 볼 것을 권했다.

선재스님이 말하는 표고버섯 차(茶) 마시는 법. 1: 첨가제나 방부제가 없는 국내 자연산 표고버섯을 잘 씻은 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골고루 펴놓아 사나흘 말린다. 2: 표고버섯을 하루에 두어 번 뒤집어 주며 골고루 잘 마를 수 있도록 한다. 3: 건조된 표고버섯을 흐르는 물에 씻은 뒤, 중불에서 30분, 약불에서 30분 2번 끓여낸다. 4: 영양이 풍부한 표고버섯 약차(藥茶)를 고소한 향을 느끼며 마신다.

1,700년 해독 음식 역사, 우리의 긍지

끝으로,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을 종교를 넘어 문화와 사상으로서 존중하고 이러한 우리 식문화에 긍지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찰음식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의 조건인 건강, 마음의 평화, 지혜가 모두 담긴 음식입니다. 1,700년의 전통을 이어 온 한국의 사찰음식이 종교를 초월해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문화이자 한식으로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건강하고 행복하려면 사찰음식을 많이 드세요.”

인터뷰를 마친 선재 스님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표고버섯에 스미던 완연한 봄 햇살이 얼굴로 쏟아졌다. 햇볕에 맛있게 익어가는 청국장과 장독 안의 장들처럼 스스로도 건강하게 익어가는 기분이었다. 자연과 음식과 사람이 하나라는 선재 스님의 말씀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선재 스님: 대화불교조계종단 최초의 ‘사찰음식 명장’. 1980년에 출가해 여러 선방에서 정진했으며 화성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에서 수행 지도를 했다. 큰 병을 앓고 사찰음식으로 치유한 뒤, 전 세계에 사찰음식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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