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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자연을 품은 버섯
컬러풀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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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드라마에 주인공만큼이나 빛을 발하는 역할이 있듯이, 버섯은 한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연보다 더 사랑받는 조연이었다. 고유의 맛과 향으로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고 풍미를 더해주어 예부터 사찰음식과 궁중요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버섯. 이제는 친환경 식사와 건강식, 비건에 대한 관심 증가 등 미식 트렌드에 힘입어 주인공의 자리에 당당히 오르고 있다.
긴 시간을 땅속에서 균사체로 지내다가 버섯으로 성장하고, 또다시 포자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는 마법 같은 존재. 종류에 따라 식감도 향도 각양각색인 버섯이 안내하는 그윽한 한식 세계를 음미해보자.

궁중요리, 전통요리에 등장하는 버섯
예부터 우리나라 음식은 인간의 생성과 소멸이 우주 만물의 순환과 같다는 사상인 ‘음양오행설’에 따라 붉은색, 노란색, 녹색, 흰색, 검은색의 오방색(五方色)을 두루 사용했다. 채소, 고기류 등 8가지 재료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전병에 싸 먹는 궁중음식 ‘구절판’을 보면 오방색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버섯은 그 중 검은색의 고명으로 많이 활용됐다.

사진출처: 한식진흥원
버섯은 궁중요리에서 국을 끓일 때 국물의 맛을 내는 부재료로 등장하기도 하고, 나물요리나 산적 등의 반찬, 그리고 떡을 만드는 부자재로도 쓰였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사상에 따라, 왕의 수라상에도 많이 진상되었다. 조선시대 제5대 왕인 문종은 종기를 심하게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문종에게 많이 진상된 요리가 바로 버섯탕이다. 버섯을 오래 끓일수록 해독작용이 높아지는 성질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버섯은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되며 우리에게 이로운 식재료로 자리매김해왔다.

궁중에서 즐겨먹던 버섯 중 하나는 바위에 붙어사는 석이버섯이다. 주로 산골짜기 외딴 곳에서 바위에 붙어 자라고, 그 모양이 사람의 귀를 닮아서 ‘석이(石耳)’라고 부른다. 조선시대의 음식 칼럼니스트라고 불리는 허균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석이버섯으로 만든 떡 ‘석이병(石茸餠)’이 등장한다. 금강산 여행 중 석이병을 맛본 그는 “맛이 매우 좋아서 두텁떡이나 곶감찰떡마저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구나”라며 그 맛을 극찬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찰음식의 동반자, 버섯이 빠질 수 없는 이유
버섯은 한국 사찰음식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재료다. 사찰에서는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와 육식을 금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버섯이 메우며 자연스럽게 버섯을 활용한 조리법이 발달했다.
갓 따온 버섯은 초장에 찍어 회처럼 먹기도 하고, 말리고 가루를 내어 천연 조미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리는 만큼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단백질로 고기와 비슷한 느낌의 요리 또한 만들 수 있다.

사찰 행사 때에 상에 자주 오르던 대표적인 버섯 요리, 버섯탕수와 버섯강정은 최근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가정식 메뉴로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두 요리 모두 바삭하게 튀긴 버섯에 소스의 맛을 더하는데 버섯탕수는 새콤달콤한 소스와 쫄깃한 식감을, 버섯강정은 고추장 소스로 버무려 기분 좋게 맵싸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무궁무진하게 진화하는 버섯
최근 국내에서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더 많은 버섯 품종을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이색 신품종 버섯을 육성해 농가에 보급, 수출하고 있다. 양송이 위주로 소비하던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되는 느타리, 큰느타리, 팽이버섯 등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유럽, 동남아, 미국, 호주 등 세계 각지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월,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느타리류 ‘크리미’, 갈생팽이버섯 ‘아람’ 등 우리나라 이색 버섯들을 베트남으로 시범 수출했다고 밝혔다. ‘크리미’는 재배가 쉬운 아위느타리와 식감이 부드럽고 쫄깃한 백령느타리를 교잡해 크림 같은 색과 맛을 내고, ‘아람’은 아시아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 갓에 아삭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버섯이다. 저마다 식감과 풍미로 개성이 넘치는 국내 이색 버섯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자연의 맛과 향을 담아낸 버섯 그리고 한식
한식의 미덕이 제철 식재료로 자연의 맛과 향을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라면, 버섯은 그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숲속 깊은 곳에 자라며 땅 속의 영양을 흡수하고 자연의 향기를 머금은 버섯은 어떤 식재료로도 대체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오늘도 버섯은 전골로, 반찬으로, 고명으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며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오늘 저녁은 버섯을 활용한 한 끼 식사로 입안 가득 퍼지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대안스님의 채소밥, 대안스님, 책책, 2020> <논문: 궁중요리와 약선, 남희정, 김영순, 2005>,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한국사찰음식 홈페이지, 해외문화홍보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