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식 레스토랑이 있다. 현지 청년 세대가 미식 성지로 손꼽은 이곳의 이름은 ‘하수오(HASUO).’  전통 한식을 모던한 감각으로 풀어내며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새로운 한식을 지향하고 있다.

하수오는 2018년 오픈 이래 다양하고 세련된 한국 요리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아 왔다.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정한 ‘2022년 해외 우수 한식당’ 중 하나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공개된 2024년 ‘미쉐린 가이드 도쿄’에 한식당으로서는 유일하게 게재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일본 현지 미식가들을 사로잡은 하수오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수오의 권은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식당 단골 손님, 대표가 되다

권은실 대표와 하수오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권 대표가 과거 이곳의 단골 손님이었던 것. 권 대표는 2007년 일본에 첫 발을 디딘 이후, 한동안 마음에 쏙 드는 한식당을 찾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우연히 방문한 하수오에서 맛본 한식은 그녀에게 반가움 그 이상이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도 주변에서 추천할만한 한식당을 물어보면 떠오르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2020년경에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 한식당을 처음으로 만났고, 그게 ‘하수오’였죠.”

2년여간 하수오를 꾸준히 찾았던 권 대표는 2022년에 선대 오너로부터 하수오를 인수했다. 그는 “일본식 퓨전 한식이 아닌 정통 한국요리를 알리고 싶었다”며 “한식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폭 넓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한식당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하수오’는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약초 이름이기도 하다. 중국 하씨(何氏) 성을 가진 사람이 이 약초를 먹고 머리카락이 검게 되며 건강해졌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는데, 한식당 하수오 역시 한식을 먹는 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권 대표는 “하수오는 손님들이 몸에 좋은 요리를 드시고, 건강하고 즐겁게 인생을 구가하시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라며 “한식과 양식을 두루 섭렵한 이정준 셰프와 미식 경험이 풍부한 안주인이 서비스를 맡아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특함을 더한 뉴 코리안 한식으로 세계에 한국을 알려요”

하수오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뉴 코리안 하수오(New Korean HASUO)’다. 권 대표는 ‘뉴 코리안’을 두고 “궁중요리 기반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와, 정통 한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요리”라고 소개했다. 하수오만의 신선함과 독창성으로 일반적인 한식 요리와 차별성을 두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권 대표의 말처럼 하수오에서 만나는 요리는 모두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감자전과 장조림 같은 평범해 보이는 요리에 프렌치 기법을 더해 독특한 맛을 내는가 하면, 채소 냉국을 쥬레(젤리)로 만들어 재미있는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권 대표는 “한국 전통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셰프의 스타일을 녹여낸 요리가 곧 하수오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오의 시그니처 메뉴는 간장게장이다. 싱싱하고 알이 풍부한 꽃게를 엄선해 만든 간장게장은 손님이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조리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고 꽃게 본연의 감칠맛이 진하다. 권 대표는 “한국 현지 전문점에서 간장게장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손님들까지도 맛있다고 평해 주신다”라며 뿌듯함을 전했다.

한국의 미를 담은 식기는 요리를 빛내 주는 일등공신이다. 방짜유기 그릇에 예쁘게 담긴 반찬 차림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자기와 옻칠공예 작가가 특별 제작한 소반과 트레이 역시 인기가 높다.

“작은 공간이지만 가게 안의 모든 소품과 그릇은 한국의 것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한국 작가님들의 미술작품을 하수오에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식을 더욱 맛있게, 대세는 전통주 페어링

식사에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면 술을 곁들이기 마련. 양식 레스토랑에 와인이 있다면, 하수오에는 전통주가 있다. 소곡주, 청명주, 죽력고, 문배술, 이강주 등 그 종류도 여러가지인데, 일본 술과는 색다른 매력을 가진 우리나라 술에 대한 손님들의 관심도 뜨겁다.

권은실 대표는 “일본에 들어와 있는 한국 술의 종류가 많지 않아 손님들이 하수오에서 다양한 전통주를 보고 놀라워한다”며 “일식과 함께 고급화된 ‘니혼슈(일본주)’처럼 한국의 전통주도 한식과 더불어 세계화, 고급화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식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한식과 페어링하는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권 대표는 “미미하지만 하수오가 한국 전통주를 일본에 알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세법과 관세법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전통주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권 대표의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식의 발전을 위한 힘찬 발걸음

권 대표는 지금이 한식의 고급화를 위해 힘써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일본 내 한식의 인지도는 그 어느때보다 높지만, 한식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남아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권 대표는 “일본에서는 한식을 겪어보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한식의 대중화가 많이 이뤄졌다”며 “일본 내 업체들도 한식당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음식이 싸고, 맵고, 자극적이면서 유행을 타는 요리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이제 한식의 고급화를 통해 한식당의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균형 있게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한식의 발전을 꿈꾸는 권 대표이기에 하수오에 대한 포부와 애정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수오를 한 문장으로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권 대표는 ‘일본을 대표하는 한식 레스토랑‘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본에 덜 알려진 다양한 한식도 선보여 나가겠다”는 열정 가득한 계획도 전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유니크한 한식당, 하수오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위치 │ 5-10-3 Hiroo, Shibuya-ku, Tokyo Frostbird Hiroo 1F
영업시간 │ 수요일-월요일 (11:15AM – 12:40PM, 1:00PM-2:30PM, 6PM-10:00PM) / 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