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본앤브레드 정상원 대표 인터뷰
이달의 식문식답

여의도는 증권가, 충무로는 영화, 대학로는 연극, 노량진은 수산시장 등 서울에는 지역별로 저마다 상징적인 특색이 있다. 성동구의 마장동 역시, 동네 이름과 함께 떠올리게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축산물이다. 과거 도축장이 있던 마장동은 지금도 축산물시장을 중심으로 신선한 한우를 즐길 수 있는 정육식당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대량으로 판매하고 소비되는 고기가 아닌, 한우의 우수한 가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세워진 한우 다이닝 ‘본앤브레드’가 마장동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정상원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한우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한우와의 운명적 만남, 마장동 토박이의 꿈
‘본앤브레드’는 건물 외관부터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일반적인 정육식당과는 느낌이 다르다. 축산물의 동네 마장동에서 정상원 대표가 어떤 콘셉트의 한우를 추구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명절에 받고 싶은 선물 상위권에 늘 빠지지 않는 한우, 한때 “돈 생기면 소고기 사 먹겠지.”라는 유행어가 있었던 것처럼 소고기는 특별한 날 먹게 되는 음식이다. 특히 한우는 더 그렇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수입 소고기도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한우는 다른 것들과 ‘비교 불가’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저희 아버지는 한우 유통사업을 하셨어요. 그렇게 마장동에서 자라면서 한우는 저에게 뗄 수 없는 운명이 된 것 같습니다. 한우가 얼마나 맛있고 좋은 음식인지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본앤브레드’는 영문 ‘Born & Bred’로, 정 대표가 마장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마장동 태생임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의 본앤브레드는 한우와 함께한 그의 오랜 마장동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 같은 소고기? 오직 한우가 옳다!
고기를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미국산이나 호주산, 한우 다 같은 소고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상원 대표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우만 먹고 자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다른 고기는 먹기가 힘들어요. 제 입에는 맛이 없거든요. 진짜 소고기, 한우 맛을 아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하실 거라 생각해요.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깊고 진한 감칠맛이 한우에는 있습니다.”

소고기가 다 똑같다고 하는 이들에게 한우의 맛을 알려 주고 싶어 소규모로 시작한 ‘한우 원(one) 테이블 다이닝’은 현재 본앤브레드 ‘한우 맡김차림’의 출발이 되었다. 여기에서 ‘맡김차림’은 ‘오마카세’와 같은 의미로, 셰프가 알아서 만들어 주는 코스 요리를 뜻한다. 스시 오마카세를 좋아했던 정 대표가 ‘왜 한우는 오마카세가 없을까?’ 하면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한우 맡김차림’이 되었다.
반응은 매우 좋았다. 확실히 한우가 더 맛있다고 해 주시는 분이 많았고,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 문의가 넘치기 시작했다. 점점 그 규모도 커지고, 외국인과 연예인들도 많이 찾을 만큼 유명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우의 맛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여기에 온 적이 있어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마장동까지 와서 먹는 한우는 어떨지 저도 궁금했죠. 그런데 똑같이 느끼더라고요. 제가 직접 구워 드렸는데, 만족하면서 영어로 ‘진짜 소고기 맛’이라는 표현을 해 줬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외국인이 그리 유명하지 않은 동네 마장동에 와서 한우 맛을 제대로 알고 돌아갈 때, 그는 가장 뿌듯하다.

한우의 신선함 그대로 살살 녹는 맛, 육회
생으로 먹는 육회는 무엇보다 신선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우 중에서도 최상급 한우를 취급하는 본앤브레드의 육회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본앤브레드에는 더 다양한 메뉴들이 많지만, 가장 날 것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육회를 맛보기로 했다.

“육회는 주로 꾸리살을 사용해요. 여기에 생미나리, 미나리 장아찌, 그리고 실파, 대파, 캐비어, 달걀 노른자를 곁들였고요. 육회는 굉장히 예민한 음식입니다. 재료가 신선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고기가 놓이는 도마, 칼에 닿는 부분 등 다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렇게 셰프의 섬세한 손길과 과정을 거쳐 나온 육회는 정말 신선하고, 입에서 녹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앤브레드 한우 맡김차림에서 첫 음식으로 맛본 육회는 그날의 음식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라는 내용의 후기를 본 적이 있다. 날로 먹을 때 맛있는 것들이 어떻게 조리해도, 어떤 재료를 곁들여도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는 부위별로 맛과 조리법이 다른데, ‘한우 맡김차림’은 꾸리살로 만든 육회와 채끝, 안심, 갈비 등 다양한 부위의 최상급 한우를 맛볼 수 있다.


자부심으로 내놓는 한우, 세계를 매료시킨 맛
일본의 와규 역시 맛있고 좋은 소고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한우를 맛본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먹었던 고기보다 더 깊고 맛있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런 찬사를 들을 때 정상원 대표의 자부심은 더욱 커진다.
“5년 전부터 해외에 한우 수출도 하고 있거든요. 아직 해외에서의 반응은 잘 모르겠지만, 결국은 우리나라에 와서 한우를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 같습니다. 어떤 소고기보다 한우가 더 맛있다는 것. 그래서 한우에 대한 저의 자부심은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본앤브레드 한우가 맛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고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손길이다. 직접 발골하는 도축사부터 조리하는 셰프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쌓은 경력과 손님을 향한 진심이 모여 본앤브레드의 가치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한우만큼 진한 그 진심이 변하지 않고 더 깊이 있게, 더 멀리 전해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