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30. 민어 - 전라도
인동초 평화주
8월의 술
우리가 죽으면 열병을 치료하는 약초가 될 거예요
평화주를 만드는 인동초에 얽힌 설화
한 여름 소나기를 맞은 인동초, 하얗게 피어 노랗게 진다
8월에 소개할 전통주는 남도의 음식 명인이 만드는 인동초 '평화주'(이하 평화주)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화주'에는 인동초가 들어간다. 험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푸른 잎을 유지하면서 겨울을 난다는 인동초. 그래서인지 고 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삶을 닮은 이 인동초 '평화주'를 즐겨 마셨다고 전해진다.
인동초의 꽃은 ‘금은화 金銀花’라고도 불리는데, 이 꽃에 대한 흥미로운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마음씨 좋은 부부에게 예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는데,
부부는 꽃처럼 예쁜 두 아이의 이름을 금화 金花와 은화 銀花로 지었다.
우의가 깊던 자매는 꽃처럼 아름다운 나이에 원인 모를 열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우리가 죽으면 열병을 치료하는 약초가 될 거예요.”라는 유언을 남겼다.
훗날 자매의 무덤가에 꽃이 자라나고 열병이 돌던 마을에 사람들은 금화와 은화가 죽을 때 남긴 유언이 생각나
그 꽃을 달여 열병 환자에게 먹였더니 병이 금세 완쾌되었다.
그때부터 이 꽃을 금은화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얗게 피어 노랗게 변하는 금은화의 색깔처럼 노랗게 발효되는 평화주는 지역 농산물인 신안 쌀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쌀을 찌고 누룩을 버무리는 과정에서 인동초와 같이 숙성을 시켜서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우선 15일간 발효되면 맑은 술이 위에 뜨는데 이를 웃술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위에 뜨는 술이라 ‘웃주’라고 그랬어.
그런데 허가받으려면 이름을 지으라고 하더라고.
이 술을 마시면 마음이 편해져서 ‘평화주’라고 이름 지었지
평화주를 맛볼 수 있는 '인동주마을'에서 남도의 '우정단' 음식 명인이 '평화주'를 설명하고 있다
인동주마을에서는 웃술로 '평화주'를 만들고, 가라앉은 술은 막걸리로 숙성시켜 막걸리를 만든다. '평화주'와 막걸리가 만들어지기까지 평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평화주'의 주재료인 인동초는 직접 재배하여 정성을 더한다. 인동초의 꽃이 필 때 그 꽃을 베어다가 깨끗이 씻어 음지에서 말리고 발효시키기 때문에, 사계절 어느 때든 '평화주'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가는 세월도 붙잡아 주는 술
우정단 명인은 '평화주'를 “가는 세월도 붙잡아 주는 술”이라 말한다. 인동초가 담긴 '평화주'는 신경통에도 효과가 좋고 피부미용에도 좋기 때문이다. 또한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감기 예방에 좋아 어린 시절 자주 달여서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동초의 효능은 고문헌에도 잘 나타나있다. <본초습유> 와 <본초강목습유> 등 여러 고서에 따르면 ‘인동초는 성질이 조금 차며 향기가 그윽하고 맛이 달다’고 기술되어 있다. <중약대사전>에는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경락이 통하게 하고 온병 발열, 열독혈리, 전염성간염, 옹종창통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다양한 효능 덕에 인동초는 한의학에서 오랜 시간 귀하게 다루고 있는 약재이기도 하다. 술을 마시면서 몸도 마음도 평화로워 진다니 과연 ‘평화주’라는 이름이 붙을 법하다.
'평화주' 양조장에서 항아리 가득 발효되고 있는 인동초와 각종 약재들이 '우정단' 음식 명인의 손길에서 남도 전통의 맛으로 익어가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홍어제
평화주를 주조하는 우정단 명인은 남도 전통의 맛을 지켜나가고 있는 목포 음식 명인이기도 하다. 우정단 명인에게 평화주와 어울리는 안주를 물었더니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뭐니 뭐니 해도 홍어제”라고 답한다. 실제로 우정단 명인이 만든 적당하게 삭힌 흑산도 홍어와 감칠맛 일품인 묵은지, 촉촉한 수육이 조화를 이룬 홍어삼합은 평화주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다. 거기에 직접 담근 간장 꽃게장과 새우장 그리고 쉽게 보기 힘든 감태무침까지, 남도식 진수성찬에 남도의 술을 더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아까 그 인동초 덩굴 봤제
그것이 이렇게 덩굴이 쑥 뻗다가 덩굴이 밟혀서 죽었다가도
다시 땅에만 닿으면 또 내려서 꽃이 펴
죽다 살다 하는 인생이래도 아무리 밟아도 안 죽는 인동초 같은 게 인생이야
올여름. 답답한 마스크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지치는 계절이다.
맛있는 제철 음식과 건강이 담긴 전통주 한 잔으로 힘차게 이겨나가 보자. 금세 다시 살아나 꽃을 피우는 인동초처럼.
[참고문헌]
문화콘텐츠닷컴,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야기 본초강목, 이풍원 저, 명문당
우정단
농림부 신지식인, 목포 음식명인 1호(2009년) '자랑스러운 전남인' 선정(2012년) 되었다.
1996년부터 인동덩굴 발효주(약, 탁주) 연구를 시작으로 발명특허(2001년 7월)와 인동주마을 상표등록(2002년 10월 특허청) 이후 지금까지 남도의 전통 맛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