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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4. 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③
향토 미식 로드 _ 도리뱅뱅이
푸근한 고향의 맛, 옥천

차마 꿈에서도 잊히지 않는 고향. 정지용의 시 ‘향수’의 고장 충북 옥천沃川은 그 이름에서부터 넉넉한 물의 기운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 줄기는 뱀의 형상처럼 굽이치며 옥천을 휘돌고, 우뚝 선 절벽은 물가를 호위하며 산세를 뽐낸다. 금강으로 유입되는 심천, 보청천 등 맑은 물은 땅을 적셔 비옥하게 할 뿐 아니라, 먹을 것이 궁하던 시절에 먹거리가 될 귀한 산물을 제공해주었다. 변함없이 고즈넉한 풍경에도, 옛 추억을 담은 향토 음식에도 푸근한 고향의 맛과 멋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옥천에서 고향을 맛본다.

둥글게 맛있게 도리뱅뱅이

겨울이 깊을 대로 깊었다. 겨울에 들어서며 한없이 움츠러들었던 사람들도 이즈음이 되면 웬만한 추위에도 익숙해지고, 겨울 나름의 맛과 멋을 찾는다.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생물이 있다면 아마 빙어가 아닐까. 빙어氷魚, 이름부터 꽁꽁 얼었다. 얼음장 위에 웅크려 앉아 파닥이는 빙어를 낚는 것이 겨울의 멋이라면, 갸름하고 날렵한 그것을 몸통째 씹어 먹는 것은 겨울의 맛이다.
빙어는 맑고 차가운 물에만 산다. 봄부터 가을까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을까지 수온이 낮은 깊은 물에 살다가 겨울이 오면 그제야 몸집을 키우며 적당한 수온을 찾아 얼음판 바로 밑으로 올라온다. 투명에 가까운 몸체가 은빛으로 반짝여 ‘호수의 요정’이라는 별명도 있다. 칼로리는 낮으면서 칼슘과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며, 겨울철에 특히 맛이 더 고소하고 담백하다. 회나 튀김도 좋고, 무침도 좋지만 둥글게 열 맞춘 빙어가 바삭 짭조름한, 이름부터 입에 착착 감기는 ‘도리뱅뱅이’를 맛보러 충북 옥천으로 향한다.
얼음장 위에 웅크려 앉아 파닥이는 빙어를 낚는 것이
겨울의 멋이라면, 갸름하고 날렵한 그것을
몸통째 씹어 먹는 것은 겨울의 맛이다


옥천 청산면에 위치한 <찐한식당>은 이름부터 진하다. 30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 유리에는 각종 민물 생선 요리명이 가득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메뉴는 ‘도리뱅뱅이’다. 빙어나 피라미 같은 작은 민물 생선을 동그랗게 뱅뱅 돌렸다 해서 지어진 절묘한 요리명. 겨울에는 물론 빙어를 쓴다.
도리뱅뱅이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손가락만 한 빙어를 프라이팬 모양을 따라 촘촘히 키를 맞춰 얹고 가운데 빈 곳까지 빼곡하게 채운다. 빈틈없이 원형을 채워야 조리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한 판의 도리뱅뱅이가 된다. 40여 마리를 훌쩍 넘기는 빙어들을 가지런히 담은 후 뚜껑을 덮어 한소끔 쪄낸다. 하얗게 눈알이 튀어나오면 어느 정도 익었다고 볼 수 있다. 쪄낸 빙어를 식힌 후 기름을 넉넉히 두르센 불에 노릇노릇 튀긴다. 채 식기 전에 튀기면 살이 퍼질 수 있다. 잘 튀겨낸 빙어 한 판은 눈으로 봐도 바삭하다.

손가락만 한 빙어를 프라이팬 모양을 따라
촘촘히 키를 맞춰 얹고 가운데 빈 곳까지
빼곡하게 채운다 빈틈없이 원형을 채워야
한 판의 도리뱅뱅이가 된다

튀겨낸 빙어에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장을 듬뿍 바른 후 가운데에 깻잎 채를 수북이 얹고, 통깨와 고추를 솔솔 뿌려주면 청홍색이 꽃처럼 피어난 예쁜 모양의 도리뱅뱅이 한 판이 완성된다. 쫀득하게 엉겨 붙은 빙어를 한 마리씩 떼어내 깻잎과 고추를 곁들여 먹는데, 양념 입힌 바삭한 빙어 살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하다. 한 번 먹으면 3일 보양식이라며 지역 주민들도 일부러 찾아와서 먹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주로 조림으로 즐겨 먹었는데, 조리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시간 단축 차원에서 튀기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도리뱅뱅이가 되었다고 한다. 버릴 것 없이 통째 먹을 수 있는 옹골진 자연의 먹거리, 나름의 지혜와 솜씨로 만들어진 맛 좋고 모양 좋은 영양식을 맛보기 위해 옥천을 찾아도 좋을 만큼, 지역의 특징이자 자랑인 향토 음식이다.


Where to Eat?
찐한식당
A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 지전길 14
T 043-732-3859
H 10:00-19:00 / 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글 김남희 사진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