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14. 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⑥
향토 미식 로드 _ 올갱잇국
청정 자연에서 오다 올갱잇국
다슬기는 알아도 올갱이는 모르거나, 올갱이는 알아도 다슬기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충청도에서는 다슬기를 ‘올갱이’라 부른다. 경북은 고디, 경남은 민물고동, 전라도는 대사리, 강원도는 꼴팽이 등 사투리도 다양하다. 순하고 투박한 이름과 달리 다슬기는 청정 일급수에만 서식하는, 그야말로 물을 가리는 깨끗한 생물이다. 무심천, 미호천, 달천천 등 맑은 하천이 둘러둘러 흐르는 청주에서는 그 맑은 물에서 올갱이가 넉넉하게 잡혔다. 느리게 맛이 든 된장을 구수하게 풀어 끓인 한 그릇의 올갱이 해장국은 예부터 지금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건강식이다.
올갱이 속살은 자연을 닮은 초록색을 한껏 머금고 있다. 엽록소 즉, 클로로필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이는 장 면역력을 높여주며,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에 좋고, 숙취 해소에도 뛰어나다. 저지방 고단백질 음식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훌륭하고, 위통과 소화불량, 시력 보호에도 좋다 하니, 자그만 올갱이 하나가 품은 그 많은 효능들이 놀랍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위치한 <고향식당>은 45년째 청주 대표 향토 음식인 올갱잇국을 선보이고 있다. 문을 열자 은은한 한방차의 향기가 새어나온다. 직접 채취한 상황, 영지, 운지 등의 버섯류와 도라지와 기타 약초들로 끓인 차를 내어주는데 정성이 담긴 차 한 잔에 식당과 음식에 대한 기대가 한층 고조된다.
순하고 투박한 이름과 달리 다슬기는 청정 일급수에만 서식하는
그야말로 물을 가리는 깨끗한 생물이다
무심천, 미호천, 달천천 등 맑은 하천이 둘러둘러
흐르는 청주에서는 그 맑은 물에서 올갱이가 넉넉하게 잡혔다
한 그릇 소복이 담긴 올갱이 살은 역시나 건강한 녹색 빛을 띤다. 밀가루에 살살 버무리고 달걀옷을 입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완화한다. 팔팔 끓는 육수에 올갱이를 넣고 동동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채소는 아욱과 얼갈이를 주로 쓰며, 가을에는 호박잎을 넣어 끓여도 맛이 좋다 한다. 소화에 좋은 얼갈이를 듬뿍 넣고, 올갱이와 좋은 궁합을 이루는 부추도 넉넉히 얹는다. 고단백 올갱이와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각종 채소의 조합으로 든든한 한 끼 건강식을 만든다.
된장 빛깔이 유독 깊고 진하다. 여느 된장과 다른 기능성 된장이라고 소개하는 주인장의 얼굴이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약초를 넣어 담근 된장으로 무려 15년간 숙성시킨 것이라 하니, 그 맛의 깊이가 궁금해졌다. 완성된 올갱잇국을 한술 떠보니 과연 국물 맛이 진하고 깊다. 푹 끓인 얼갈이는 부드럽게 풀려 술술 넘어가고, 올갱이 살은 씹는 맛이 있다. 슴슴하게 밴 올갱이 맛을 느끼며 바닥이 보이도록 국물을 비우니, 담백하며 시원한 그 맛에 속이 절로 풀린다.
슴슴하게 배어 있는 올갱이 맛을 느끼며
바닥이 보이도록 국물을 비우니
담백하며 시원한 그 맛에 속이 절로 풀린다
배추김치나 깍두기로만 차리는 여느 해장국 밥상과 달리 손맛을 담뿍 담은 밑반찬들이 제법 다양하다. 멸치와 명태 껍질을 곁들인 고추부각, 도라지초무침, 달래간장절임, 물미역무침 등, 주인장 부부가 직접 재배하거나 채취한 재료들에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만들어낸다. 봄이면 냉이나 민들레가 좋은 찬이 되고, 미세먼지가 심한 요즈음은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를 많이 쓴다.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마음을 늘 놓지 않는다고. 아울러 하천 오염으로 올갱이가 전처럼 많이 잡히지 않아 걱정이라며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게 각별히 신경 쓰라는 당부도 곁들인다. 청주시는 지난해 미원면 달천천에 올갱이 85만 미를 방류하기도 했다. 한 그릇의 올갱잇국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Where to Eat?
고향식당
A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미원시내2길 8
T 043-297-1004
H 08:00-19:00 /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