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2019
103

Vol 14. 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땅과 민물의 하모니, 충청북도 ①

향토 미식 로드 _ 대추 한정식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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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처럼 부드럽고 고매하다.’ 조선 건국 공신인 정도전이 충청도 사람의 성품을 비유한 말이다. 충청북도는 지금도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통한다. 충북 제천에 실제로 청풍면이라는 행정 단위가 존재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중앙에 위치한 내륙 물산의 중심지로서 모든 지역의 개성을 존중하고 아우르는 중용의 정신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리라. 음식도 그러하다. 짜지도 맵지도 않은 삼삼한 중도의 맛, 사치스럽지 않은 담백함이 꼭 선비를 닮았다. 산간 지대와 평야가 고루 분포해 각종 산채는 물론 질 좋은 농산물이 넘쳐나고, 8도 중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대신 맑은 물이 흘러 민물 생선 요리가 발달했다. 도리뱅뱅이, 생선국수, 올갱잇국 등 그 종류도 다채롭다. 김치는 젓갈 대신 풍부한 과일을 양념으로 넣어 맑게 만들고, 때로는 고추를 소금물에 삭힌 지고추를 양념으로 넣어 칼칼한 맛을 즐기기도 한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의 미학이 깃든 그곳으로 2월의 미식 여행을 떠난다.

속리산이 선물한 자연식, 보은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속리산. 숲이 내뿜는 청량한 환경 속에서 오밀조밀 열린 대추들은 따스한 가을볕 아래 붉고 달콤하게 여물어간다. ‘약대추’로 불릴 정도로 영양 가득한 대추는 끓이거나 졸여 먹으면 보약 한 채를 먹은 듯 한겨울이 든든하다고 한다. 무수한 대추밭을 지나 산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능이, 송이 등 귀한 버섯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버섯의 왕’으로 꼽히는 능이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 요리는 별미 중의 별미. 속리산 청정 자연이 선물한 별식을 맛보러 보은으로 떠난다.

‘약대추’로 만든 보양 밥상 대추 한정식

손발이 차가워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겨울, 충청도 어르신들의 단골 보양식재료는 다름 아닌 대추였다. 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북돋아주는 효능이 탁월하다. 특히 죽의 일종인 ‘대추곰’을 곧잘 해 먹었는데,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었다. 대추를 6-10시간 이상 푹 끓여 씨를 걸러내고 껍질을 잘 으깬 후, 불린 차조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 완성하는데, 달짝지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대추곰 한 그릇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별식이자, 뜨끈하고 든든한 보양식이 되어주었다.
굵고 실한 대추가 넘쳐나는 보은에서는 이처럼 대추를 주재료로 사용한 음식이 다채롭게 전해진다. 예부터 보은은 대추로 유명했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 보은 대추가 으뜸이라고 기록됐을 정도다. 껍질은 얇고 과육이 많으며 사과보다 달콤하고 아삭해 생과일로도 손색이 없다. 속리산 자락에 위치해 지대가 높고 일교차가 큰 보은의 기후가 더 달고 더 굵은 대추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기력이 떨어지는 겨울, 
충청도 어르신들의 단골 보양식재료는 다름 아닌 대추였다 
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북돋아주는 효능이 탁월하다

한약의 부재료이거나,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재료로만 인식하는 대추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보은의 농가 맛집인 <온제향가>를 찾으면, 대추, 사과 등 보은 특산물과 직접 기른 채소들을 활용한 정갈한 상차림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도록 양념을 최소화하고, 샐러드 소스와 겉절이 양념에 설탕 대신 매실 발효액이나 대추를 찐득하게 졸인 ‘대추고’를 넣어 조리한 건강 밥상이다.
식전 요리로는 대추곰과 사과물김치가 준비된다. 달큼한 대추와 고소한 차조가 어우러진 대추곰은 깔깔한 입안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메인 요리는 보은의 넉넉한 자연이 선사한 담백한 채소들로 채워진다. 그중에서도 ‘닭가슴살 샐러드’는 바삭한 닭가슴살 튀김에 아삭한 텃밭 채소들을 곁들인 요리인데, 대추술로 만든 드레싱이 독특하다. 대추술을 끓여 알코올 성분은 없애고 다진 양파와 꿀, 집간장을 고루 섞어 숙성시킨 것. 대추술 특유의 향과 시큼한 맛이 샐러드의 풍미를 높여준다.

폭신한 식감의 건대추와 
오독오독한 호두의 조화가 재미있고, 
과하게 달지 않아 자꾸 먹어도 부담 없다

이곳에서 직접 담근 대추술은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엮은 생활 경제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 나오는 ‘오종주’ 제조 방식 그대로 빚은 것. 오종주는 대추, 후추, 계피, 생강, 잣 등 5가지를 넣고 빚는데, 대추가 다른 재료보다 월등하게 많이 들어가므로 ‘대추술’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찹쌀과 누룩, 물을 항아리에 넣어 이틀간 발효시킨 후 대추 등 기타 재료들을 증류주와 함께 넣어 한 달 정도 발효시키면 완성. 대추의 단맛과 계피, 후추의 독특한 향들이 어우러져 오묘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대추를 포함한 13가지 곡물들이 들어간 이곳만의 특제 영양연잎밥과 된장찌개로 식사를 한 후에는 대추초와 대추차를 디저트로 즐긴다. 대추초의 초는 ‘볶을 초炒’를 쓴다. 씨를 발라낸 건대추 껍질 속에 호두를 넣고 돌돌 만 다음, 조청에 살짝 볶고 잣가루를 묻히면 완성. 폭신한 식감의 건대추와 오독오독한 호두의 조화가 재미있고, 과하게 달지 않아 자꾸 먹어도 부담 없다. 예부터 대추초는 출출할 때 한두 개씩만 먹어도 기력이 생기는 보양 간식으로 유명했다고. 여기에 향긋한 대추차를 곁들이면 온몸이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찬 기분을 느낄 수 있다.

Where to Eat?
온제향가
A 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 아치실길 64-13
T 043-543-1954
H 예약제 운영

정민아 <바앤다이닝> 에디터  사진 윤동길, 강현욱

업무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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