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2019
102

Vol 13. 비옥한 평야의 선물, 경기도

한반도 미식의 중심지, 경기도 ①

향토 미식 로드 _ 참게 매운탕

2023/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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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은 ‘경기 천년의 해’였다. 고려 시대인 1018년, 왕의 침소가 있는 도성을 감싼 외곽 지역을 경기京畿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조선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경기도는 궁과 사대부의 격조 높은 음식 문화가 가장 먼저 전파된 지역이자, 전국 각지에서 진상을 위해 보낸 고급 식재료가 모이는 곳이었다. 여기에 비옥한 김포평야가 주는 곡물, 서해안 갯벌의 해산물, 한강, 임진강의 민물고기 등 풍부한 식재료가 더해져 궁중․반가의 섬세한 요리가 완성됐다. 새벽종이 울릴 무렵, 성 안의 양반들은 남한산성에서 진하게 우려낸 사골 국물에 소갈비, 전복 등 고급 재료를 추가한 ‘효종갱’을 배달시켜 먹었고, 서민들은 배추의 노랗고 연한 속대를 넣고 담백하게 끓인 ‘토장국’을 즐겼다. 남부 지역보다 평균 기온이 낮은 탓에 간을 심심하게 했으며, 높은 일교차와 청정 자연이 길러낸 명품 콩으로 만든 전통장이 발달했다. 천년의 세월 동안 한반도의 중심에서 미식 문화를 이끌어온 경기도. 새 천년의 첫발을 내딛으며, 1월의 향토 미식 로드는 경기도로 떠났다.

민통선 청정 자연을 품다, 파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고장, 파주. 북한과 접해 있어 민족 분단의 아픔을 고이 간직한 곳이지만, 크고 작은 규제로 인해 깨끗한 환경이 보존된 덕분에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서쪽으로 흐르는 임진강에선 참게를 포함한 민물고기들이 파닥거리고, 민간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민통선에선 장단콩이 청량한 공기 속에서 알차게 여문다. 아픈 역사를 넘어 평화와 자연의 상징으로 나아가는 도시, 파주로의 미식 탐험.

얼큰한 국물과 쫀득한 게살 참게 매운탕

점점 추위가 유별나다. 입맛마저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을 때 한 번쯤은 생각나는 음식, 다름 아닌 매운탕이다. 특히 민물 참게를 넣고 끓인 매운탕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속을 후끈후끈 덥혀준다. 참게는 바다 꽃게보다 살이 많지 않지만, 탕으로 끓이면 특유의 단맛이 듬뿍 우러나온다. 참게 몸통과 다리를 건져 잘근잘근 씹으면 쫀득한 살과 달큼한 국물이 입에 척 붙는다.
우리나라에서 민물 참게로 유명한 강은 두 곳이다. 북쪽의 임진강과 남쪽의 섬진강. 이 두 지역에서 나는 참게는 구분이 어려울 만큼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다르다. 임진강의 참게는 등딱지 앞쪽이 우둘투둘하고, 가을에 알을 밴다. ‘동남참게’라고도 불리는 섬진강의 참게는 등딱지가 둥글둥글하고, 봄에 산란한다. 참게는 알을 밸 때 가장 맛있으니, 임진강 참게의 제철은 가을인 셈. 특히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사이에 잡히는 참게가 제일 통통하다. 임진강의 수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서 참게가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참게를 넣고 끓인 매운탕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속을 후끈후끈 덥혀준다
참게 몸통과 다리를 건져 잘근잘근 씹으면 
쫀득한 살과 달큼한 국물이 입에 척 붙는다

참게는 매년 가을 임진강변 주민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안겨줬지만, 1980년대에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무분별한 남획과 강물 오염이 원인이었다. 참게 한 마리 값이 무려 2만원까지 치솟아 ‘금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1997년부터 경기도와 파주시, 연천군이 힘을 모아 참게를 비롯한 민물 어종들을 인공 부화시킨 후 다시 강물에 놓아주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사업의 결실로 주민들은 참게 수확의 기쁨을 되찾게 됐다.
임진강 주변에는 참게 매운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 많다. 모두 임진강에서 건져 올린 자연산 참게를 사용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파주 헤이리 마을 부근에 위치한 <약산정>은 참게와 메기, 보리새우를 넣어 진하게 끓여낸 이 집만의 특선 매운탕을 선보인다. 조리 과정은 놀랄 만큼 간단하다. 손질한 참게, 메기와 함 께 무, 양파, 대파 등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이때 양념은 파주 장단콩으로 담근 된장과 고춧가루, 마늘을 쓴다. 고추장이 아닌 된장을 넣는 이유는 된장이 구수한 맛을 살려줄 뿐 아니라 참게와 민물고기의 비린내를 잡는 데 탁월하기 때문. 국물이 훅 끓어오르면 손 반죽한 수제비를 총총 떼어 넣고 깻잎과 미나리를 듬뿍 얹어 손님상에 내온다.

임진강 주변에는 참게 매운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 많다
모두 임진강 자연산 참게를 사용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중 <약산정>은 참게와 메기, 보리새우를 넣어 
진하게 끓여낸 이 집만의 특선 매운탕을 선보인다

은근한 불에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 맛은 더 깊어진다. 참게와 채소가 뿜어낸 시원한 국물 사이로 톡톡 씹히는 보리새우의 식감이 재미있다. 탕 속에 빠진 수제비를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얼큰한 국물과 쫀득한 수제비는 환상의 짝꿍이다. 주인공인 참게는 두말할 나위 없다. 작은 등껍질 하나를 건져 수저로 긁으면 주홍빛 알과 내장이 묻어나온다. 달달하고 쫀득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 집 참게장도 소문난 밥도둑이다. 임진강 참게는 껍질이 얇기 때문에 참게장으로 담가 먹어도 맛있다. 참게를 하루 정도 담가둔 간장에 양파, 대파, 사과, 감초 등 30여 가지의 재료를 넣고 달인다. 달인 간장을 다시 참게에 붓고 20일간 저온 숙성해 손님상에 낸다. 임진강변이 고향인 주인장이 친정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비법이라고. 적당히 짭조름한 양념에 어우러진 게살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참게 매운탕과 참게장이 함께라면 밥 한두 공기쯤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없어진다.

Where to Eat?
약산정
A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 59-40
T 031-945-3369
H 10:00-21:00 

글 정민아 <바앤다이닝> 에디터   사진 윤동길,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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