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매거진
Vol 11. 대를 이어온 맛과 멋, 경상북도
원초적 본능 자극하는 연탄향 <백화양곱창>
마음의 위로를 주는 양곱창


마음의 위로를 주는 '진짜 음식'이 부산에 있다. 대한민국 제 2의 도시란 명성에 걸맞게 부산엔 특색 있는 음식들이 많다. 복국, 돼지국밥, 비빔당면, 밀면, 곰장어, 재첩 등등. 하지만 기름기 뚝뚝 떨어지는 동물의 내장을 불에 구워 먹는 양곱창만큼 우리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선원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선원들은 찌든 비린내를 씻고자 술과 고기를 찾았다. 진하게 밴 짠내는 더 진한 맛의 내장 덩어리로만 씻을 수 있었으리라. 자갈치 골목은 1980년대까진 선원들과 유흥거리로 흥청거리다가 수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양곱창 집들로 바뀌었다. 지금은 이 골목에만 1백여 개 양곱창집이 밀집해있다.
강한 연탄향과 마늘향의 조화


그 중 가장 유명한 <백화 양곱창>은 1959년 개업했다. '백화수복'할 때 그 '백화'다. 현재 롯데주류의 전신인 백화의 후원으로 ‘양곱창 광장’이 문을 열었다. 한 공간에 열 개 남짓 가게들이 신림동 순대타운 같은 형태로 구획지어 성업하고 있다.


정문에 들어서면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와 실내를 자욱하게 매운 매캐한 연기에 압도당한다. 서울이라면 상상도 못 할 아비귀환. 밀폐된 공간 안 수 십 개의 화로에서 기름진 내장을 연탄에 굽고 있으니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한다. 사람이 몰릴 시간이면 다닥다닥 좁게 앉아야 한다.


주인장은 각 진지 가운데 서서 연탄 화로를 진두지휘한다. 양곱창 모둠을 시키면 소의 위인 '양'과 창자인 '대창', 심장인 '염통'이 나온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마늘을 빻아 재빠른 솜씨로 내장들을 양념에 버무린다. 알싸한 마늘향이 살아있다. 연탄불은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도 있다. 강한 맛의 고깃덩이엔 강한 향이 필요하다. 내장에서 떨어진 기름과 양념이 연탄불을 만나면서 연기를 만들고 내장은 연기를 머금는다. 맛이 강하기에 마늘향 강한 새콤한 소스를 찍어 먹는다. 강약 조절 없이 '강강'으로 간다.


내장이 4분의 1정도 남았을 때 볶음밥을 주문한다. 석쇠 위에 무쇠 솥을 올리고 볶음밥을 볶는다. 남긴 내장고기와 볶음밥을 김에 싸서 먹는다. 취향에 따라 마늘 양념을 수저로 조금 떠서 올려 먹어도 좋다. 단골들은 밥이 아니라 우동을 볶아 볶음우동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사람 냄새나는 곱창 골목

가만히 둘러보면 이 난리통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신 오지 않겠다"며 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연탄 냄새는 사람 냄새이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사람에 대한 온기를 연탄이 위로한다. 생면부지인 남들과 옹기종기 먹을 수밖에 없는 식탁이 사람을 위로한다.
이 연기 자욱한 비일상적 공간은 일탈의 느낌도 제공한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사람 냄새나는 공간에서 남다른 음식을 먹고 있다는 느낌. 부산에 간다면 양곱창 골목에 가서 '영혼의 위로'를 받아보자.
Where to Eat?
부산 남포동 맛집 _ <백화 양곱창>
A 부산 중구 자갈치로23번길 6
T 051-245-0105
H 14:00-23:00
블로그 blog.naver.com/bitterpan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bitterpan_i
글·사진 한충희 명예기자(건강한食 서포터즈)